김택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내년 총선이 다가오니 여기저기서 공천 헌금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사실이 곧 가려질 것이다. 출마예정자들은 상대 경쟁자를 내치기 위해서라도 일단 음해 및 투서가 필요하고 고발이 자기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여긴다. 결국 검찰이나 경찰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한국사회에서의 힘은 정치에서 나오고 정치는 실탄(돈)이 없으면 뜻을 이루기 어려우니 공천 헌금이란 말이 떠돌고 확대 포장하고 있고 실지로 통용되는 셈이다. 이승만 정부에서는 고무신이나 막걸리 한 사발이면 국회의원 당선이 보장된다. 그런데 막걸리도 한두 병이 아니고 고무신도 수천 켤레 필요하니 자연스레 돈이 있는 사람이 금배지 다는 것이 십상이다.
70년대 80년대도 정치개혁은 미완에 그쳤다. 정당의 보스는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전국구희망자에게 수십억을 받아 그 돈으로 각 지구당 공천후보자들에게 돈을 살포하여 당선시키곤 하였다. 헌법이 개정되고 국고보조금 제도가 생기고 선거관리위가 후원금도 인정하였고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내려보내 숨통이 트였지만 아직도 공천 헌금은 정치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4년 국회는 정치개혁 일환으로 지구당제도를 폐지했는데 그 이유는 지구당이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이라고 하여 이를 폐지하고 선거공영제를 실시하였다. 즉 정치후원금이라든지, 정당에 국고보조금 지원 등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기초의원 및 광역의회 의원 공천 후보의 결정권이 국회의원에 있자 후보자들은 돈 봉투를 마련하여 의원들에게 청탁하게 되고 공천탈락자들은 이에 불만을 품고 사직당국에 고발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하였다. 국회의원들은 현금 받아서 좋고 떨어지면 돈 돌려주는 장사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공천헌금정치가 악어와 악어새 관계가 된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은 7억 쓰면 당선되고 6억이면 탈락이라는 7당 6락이라는 말이 돌기도 하였다. 정치부패만이 아니라 공직사회도 돈이 필요했다. 과거 공직사회에서 사무관 승진하는데도 돈이 필요하고, 경찰간부 승진하는데도 돈을 상납하고, 중령대령승진하는데도 돈이 필요하다는 설이 파다했다. 사립학교 교사교수채용도 그러했다. 실제로 필자가 검칠 범죄연감을 보니 공직부패로 검찰이 수사하여 감옥간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최근 여당인 국민의 힘에서 공천헌금과 관련하여 전현직 의원들이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 혐의는 수사와 재판결과로 나타나겠지만 공천헌금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다.
첫째, 광역의원이나 시장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공천권이 지역구 국회의원이 좌지우지하고 입김이 너무 세다는 것이다. 출마자는 많고 그러니 자연스레 해당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공천을 부탁하게 되고 돈봉투를 마련해야 하는 구조이다.
둘째,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러한 공천헌금의 현실을 제대로 조사하고 감사하지 못함이 문제이다. 인원의 한정, 사법권의 부재, 돈 봉투의 은밀성 등이 비리를 덮고 있다.
셋째, 지방선거의 당공천이 필요한가이다. 지역정치가 중앙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이런 정치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기초의회의 폐지와 기초단체장 공천의 폐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도 공천은 1차 관문이다. 이제는 공천 헌금 없는 정치 세상을 만들도록 언론과 사정당국이 나서길 바란다. 186가지 특권과 특혜를 가진 국회의원들에게 개혁을 맡겨서는 안 된다. 특권 하나 줄이지 않고 오히려 국회의원 300명을 증원하려고 하니 이게 말이 되나.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북구 국가들 국회의원들은 자전거로 통근하고 비서도 1명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정치는 잘 돌아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년 1억 5천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 돈만큼 일하는지 묻고 싶다. 지방의회의원들도 이젠 명예직 무보수가 아니다. 수천만 원의 연봉을 주어야 한다. 돈으로 공천을 받은 사람이 당선되면 제일 먼저 뭘 하겠는가. 돈 준 것 아까워 다시 돈을 벌충하기 위해 재임 중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결국 공천 헌금 비리의 먹이사슬 최종 피해자는 세금을 내는 일반 서민들이다. 그래서 공천 혁명이 필요하고 국민혁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