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선거연합당'이 성공하기 어려운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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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13회 작성일 20-03-05 15:57본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저지를 위한 (가칭) 정치개혁연합 창당 논의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찬반의 의견을 함께 싣습니다. 다른 의견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
▲ "정치개혁 위한" 연합정당 제안 기자회견 2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하승수 변호사(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이 가칭 '정치개혁연합'의 '선거연합정당' 제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 제안을 주도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의 제안에 대해 정의당 부대표인 나는 반대한다. 무엇이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을까?
비례민주당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위헌정당 미래한국당에 맞서기 위해 같은 꼼수를 부리는 것이 총선 승리를 가져다주는 건 아니라는 걸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도 감지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비례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고 있는 하 대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해야겠다. 왜냐하면 그는 선거제 개혁이 국회 문턱을 넘기 전까지 정치개혁공동행동 대표이자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었고, 지난 몇 년간 선거제 개혁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함께 싸운 동지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유감은 없다. 나는 여전히 하 대표에게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가 제안한 선거연합정당을 현재 상황을 타개하려는 충심으로 이해해 보려고도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새로운 실험' 아닌 '꼼수정치'는 환멸만 부추길 뿐
선진국 선거연합정당의 내용적인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독자성과 공통성이다. 연합을 하더라도 각 당은 독자성을 지니며 연합의 전제조건은 정책적 지향과 목표의 합의라는 것이다. 즉 선거연합정당은 다양한 정치세력이 자신의 가치를 펼쳐가는 과정 중에서 목표와 지향을 함께하는 정당을 만날 때 민주적 절차를 통해 태어나는 것이지 오로지 의석수 확보를 위해 임시로 혹은 꼼수로 만든 정당이 아니다.
정당은 다르더라도 연합정당 하나의 이름으로 선거를 대응하고 선거 이후에도 연합정당의 연합정치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기본인데, 하 대표의 제안은 각 정당이 지역의 후보는 자기 당으로 후보를 내고 비례만 연합한 후 선거가 끝난 후 각자 지분을 갖고 돌아간다는 구상인데, 이게 다시 미래통합당으로 돌아가는 미래한국당과 다를게 무엇인가?
하 대표는 미래한국당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제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 그랬던 그가 비례선거연합정당을 만들자고 한다. 미래한국당이, 아니 미래통합당이 지지율보다 높은 의석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려에서 탄생한 그의 묘안이 실은 미래한국당에게 면죄부가 된다는 걸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번에 바뀐 선거제도는 한참 부족하긴 해도 30년 고인물을 바꿀 아주 적은 마중물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연합정당은? 그 작은 진전마저 송두리째 되돌리는 행위일 뿐이다.
3월 2일자 <오마이뉴스> 기고(비례민주당이 아닌 선거연합정당이 답이다 http://omn.kr/1mqaa)에서 하 대표는 한국갤럽이 발표한 2월 3주차 여론조사결과를 토대로 정당별 비례대표 당선자수를 예측했다. 그 계산에 따르면 민주당,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정의당이 각각 7석, 28석, 9석의 비례대표를 얻는다. 민주당과 정의당 예상 득표율을 합치면 53%가 되는데 두 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16석에 불과하며 38%인 미래한국당이 28석을 가져가는 상황을 근거로 들며 선거연합정당을 합리화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자. 정치는 국민들에게 효능감은 없고 실망감만 가득한 영역이다. 이 실망감은 20대 국회에서 절정에 치달았다. 그나마 20대 국회의 성과를 꼽자면 부족하기 짝이 없지만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을 꼽을 터인데 이 역시 정치공학적 의석수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퇴출될 수 있음을 직감한 정당들(자유한국당 제외)의 공조를 한 덕분에 이뤄낸 성과다.
어떤 선거에서도 정치공학적 결합이 시대정신을 이긴 적은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반공주의와 타협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와 타협했다면 오늘의 민주주의는 가능하지 않았다. 미래한국당은 위헌정당으로 해체해야 할 대상이지 타협할 대상이 아니다.
선거연합정당은 패배로 가는 전략이다
▲ 미래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한선교, 축하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 당 대표로 선출된 한선교 의원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 |
ⓒ 남소연 |
하 대표는 이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미래한국당에게 의석을 뺏겨 진보개혁진영 의석수가 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패배주의적인 생각일 뿐이다. 이 패배주의에 기반해 짜낸 묘안 '선거연합정당' 역시 전략적으로 오류가 많다.
첫째, 하 대표는 진보개혁진영의 총선승리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 선거연합정당라고 했지만 틀렸다. 총선승리는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개혁으로 화답할 때만 가능하다. 의석수 몇 석 더 차지하려다 진보개혁진영 참패의 길을 걸으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보개혁진영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민주당 과반의석 확보라는 목표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내지 말고 위성정당도 만들지 말자'고 주장한 것과 백낙청 교수가 '비례대표는 군소정당에 전략적으로 투표하자'고 제안한 것을 귀담아 듣길 바란다.
둘째, 선거연합정당은 진보개혁진영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진보개혁진영의 파이를 쪼개는 것에 다름 아니다. 새로운 의석수를 창출할 힘이 있지도 않고 미래한국당을 막을 대안도 되지 못한다. 오히려 비례위성정당 간 대결을 부추겨 역설적이게도 미래한국당으로 더욱 쏠리는 현상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셋째, 선거연합정당은 진보개혁진영의 총선 참패를 불러올 수도 있는 무책임한 전략이다. 가치와 원칙을 외면한 채 의석수를 중심으로 꼼수가 난무한다면 합리적 진보나 중도개혁층은 급격히 이탈할 것이다. 지지철회나 투표거부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비례 몇 석 더 얻으려다 지역구를 포함한 총선 참패를 맛보게 될 것이다.
넷째, 선거연합정당은 지난 20대 국회가 4+1연대를 통해 그나마 최악의 국회를 면할 수 있게 했던 선거제도개혁과 검찰개혁의 성과마저 무덤으로 보내버리는 패착이 될 수 있다. 하 대표는 이에 주목하기 바란다. 비례위성정당이든 비례선거연합정당이든 모두 꼼수다. 수구보수정당의 비례위성정당이 밉다고 꼼수를 꼼수로 대응하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 정치이다. 이는 국민만 불행하게 만드는 정치 악순환일 뿐이다.
다섯째, 선거연합정당은 자기반성이 결여된 오만한 주장이며 성큼 다가온 총선일정에 급급한 조급한 전략일 뿐이다. 오만함과 조급함이 만나면 최악의 정치를 면할 수 없다. 묻고 싶다. 정부는 왜 스무 번의 정책을 내고도 부동산 폭등을 막지 못했나? 공공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확대하겠다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어디로 갔나? 최저임금 1만원과 52시간 노동은 왜 모두 후퇴했나? 불공정을 말하는 청년들에게 당장은 검찰개혁이 급하다고 답한 것은 비겁한 변명이 아니었던가? 아니 공정사회를 향한 청년들이 외침에 침묵한 민주당 586은 이미 새로운 기득권이 아닌가?
낡은 정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이번 총선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21대 국회가 두 가지 물음에 답할 수 있는가에 있다. 촛불 항쟁에서 외쳤던 "이게 나라냐"에 대한 답이 있는 정치!! "내 삶은 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는 정치!! 이것이 촛불 이후 국민들이 원하는 국회다.
민주당, 문재인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도 어떻게 싸웠는지? 스스로 묻고 따지고 비판하고 정책경쟁을 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하 대표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영혼을 팔아서라도 양당정치의 낡은 판을 갈자
승자독식의 비정한 정치가 한국정치 발전을 가로막아왔다. 고(故) 노회찬 대표는 "악마에 영혼을 팔더라도 연동형비레제만 도입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자주 얘기했었다.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정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기존 양당 체제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 담장을 넘어야 할 때다. 다양성이 보장되는 정치를 위해 누더기가 되어가는 과정에서도 도입한 것이 연동형비례대표제이다. 낮은 수준이나마 연동형비례 선거제 개혁이 이뤄진 것도 양당기득권정치를 타파해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이다. 양당 기득권 독점 정치 대신 다당제 다양성 연합 정치를, 대결 정치 대신 협치 정치를 하라는 주문이다. 이를 거부하고 거대한 비례위성정당을 등장시킨다면 대결정치와 양당정치는 더욱 강화될 것이 번하다.
물론 초조함은 충분히 이해하겠다. 하지만 잘못된 길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 않길 바란다. 하 대표가 도대체 왜 양당정치의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려하는지 모르겠다. 당신과 내가 영혼을 팔아서라도 지켜야 할 것은 민심이 반영된 선거제도의 개혁이지, 정치공학으로 이합집산하는 꼼수정치가 아니다. 진보정치의 길을 걸어온 그가 이번 총선에서 할 일은 명약관화하다. 바로 양당 기득권 정치구조를 타파하는 길에 함께 서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필자는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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